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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 바다를 함께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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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조회 491회 댓글 0건 작성일 20-12-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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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창작이지만 에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픽션과 논픽션이 합쳐진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배의 원고청탁을 받아 쓴 글인데 발간이 되었다고 하기에 공유해봅니다.
워낙 짧고, 가벼운 글이라 마음에 드실지 어떨지.

(발간된 책은 비매품이므로 찾아보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은 구하실 수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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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가끔은 생각나는 곳이면서, 때로는 무서운 곳이었고,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자리였다. 나는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갔다. 철없던 시절처럼 온 몸을 다 적시도록 바다에 깊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그런 나를 돌봐 줄 사람도 함께 하고 있지 않았기에 가까스로 그 충동을 참아 내었다. 8월의 햇살은 나를 힐난하듯이 쫓아와 나의 피부를 그가 지닌 날카로운 창으로 찔러 대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듯 나를 바다에서 밀어내었다. 등 뒤에는 낯선 열대수들이 나와 같은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많은 연인들은 서로를 꼭 붙잡고 그 힘으로 땅 위에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누구도 내 곁에 그렇게 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파도에 휩쓸리는 힘과 바람이 밀어내는 힘의 균형으로 겨우 무너지지 않고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여름이었다.

여름은 늘 나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땀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풍기 바람은 미지근해서 싫고 에어컨은 몸이 너무 차가워져서 싫은 까다로운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나와 달리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여름을 제일 좋아하고 겨울은 싫다고 말했었고, 쨍한 햇살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첫 데이트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은 봄의 피크닉이 되었고, 나도 그 사람도 함께 보낼 여름의 피크닉이나 여행을 몹시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나긴 장마철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우리는 헤어졌고 홀로 긴 여름을 견뎌내야만 하는 처지가 된 나는 이내 참을성을 잃어갔다.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적은 사람이라는 것이 뻔한 내가 험한 세상을 버티는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았고, 그 중에는 평소에는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대하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대는 방법과 모든 일을 내려놓고 모두에게서 멀어져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이 주로 즐겨 찾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첫 번째 방법을 사용하려면 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선뜻 그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 나는 도피처로서 다시 바다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다는 질리도록 새파란 하늘 아래서 잔잔한 물결을 드리우고 나의 마음을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가 저무는 애월 한담해변에서의 그날 오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내게 말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나를 떠나간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또 그리워도 그 바다 앞에서 해가 저무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마치 그 노을을 뒤로 하고 돌아서면 이제 그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리고 그저 아련한 느낌만이 남아있을 것만 같은, 아득한 시간과 어딘지 모르게 현실감에서 유리되어 있는 공간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기분에 젖어 모든 걸 그만두고 이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렇지만 그 기분이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냥 그 낙조를 바라보며 머물러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만화에서는 주인공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반복되는 안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현실에 발을 디딘 우리는 누구든지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주인공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놀라운 힘을 누구나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에 나는 계속되는 인생에 비교하면 아주 잠시만 그 여운을 느끼고 다시 걸음을 떼어야 했다.

주제 _ 선정자 : 범준

산문

1. 혼자 사는 여자/남자의 집에서 물건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상황을 모티프(모티브)로 콩트 쓰기.

2. 바다와 거울을 제목으로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 형식의 소설쓰기.


운문

1. 편의점을 모티프(모티브)로 뼈와 식물이 들어가게 글쓰기.

2. 구경꾼을 시제로 자유롭기 시 쓰기


- 가급적 산문은 2~3천자 운문은 1천자 내외로 쓴다.

- 제시된 4가지 조건 중 일택해서 글을 쓴다.

- 모티프와 모티브는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 제시된 문제(조건)는 동국대, 서울예대 2016학년도 기출문제이며 따라서 저작권도 해당 대학에 있다.


*부연 설명

콩트  : 단편 소설보다도 더 짧은 소설

모티프 :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

모티브 : 어떤 행동에 대한 동기나 원인 내지는 어떠한 글에 대한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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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제재 : 운문 - 구경꾼

제목 : 미친년

듬직함을 자처하던 남성 동지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새벽에
언제 벗겨졌을지 모를 내 플랫슈즈 한 짝
옷이 찢어지고 발목이 퉁퉁 부은 친구
군홧발에 머리가 깨져 피를 쏟는 동생
온통 여자만이 마지막에 남아 무서움에 떨었다


해가 밝도록 퉁퉁 부은 얼굴로 있으니
숨어있던 동지들이 언제 나타나서는
온몸에 든 상처들은 보이지 않았는지
쌩얼이시네요? 탱탱 부으셨네
이내
사람 좋은 미소로
쌩얼도 예뻐요
환심을 사려 번들대는 고추들의 눈빛이
그리고는 오늘을 다시 계획하는
예비군들의 리-더쉽에


난 그만
남자들은 어디 있다 이제 와서
지랄이냐며
빼액 소리를 질렀다


보도블록을 걷는 구경꾼으로 사는 게 힘들어서
한턱 낮은 길바닥에 내려섰건마는
때로는 사수대가, 때로는 엄마가 된
우리는 왜 끝까지 여자였어야 했는지를
아무도 대답해주지는 않고
또각이는 발걸음, 봉긋한 젖가슴
잘록한 허리, 예쁘장한 얼굴만이
구경꾼들에겐 필요했었는지
동지는 간데없고 여자만 남았다


아, 동지의 조건에 고추가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냐마는
차라리 저어기의 구경꾼으로 살지 그러냐는 친구의 말이
귓가에 까불거리는데
나는 그게 또 슬프고 화가 나서
그만 좆 달린 게 벼슬이냐고 중얼거렸다
퇴고 전의 시를 받아 보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을 제외하고는 가독성도 좋고 주제도 뚜렷해져서 좋았습니다.
한두마디 드리면 워낙에 그 이상의 것들을 바꿔오셔서 사실 할 말이 없네요ㅠㅠ..
내용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주제가 민감하다보니 말을 아끼게 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언어적 폭력을 당하고 삽니다.
비단 성별의 문제를 넘어서요.
저는 올해 들어서야 그게 잘못된 건줄 알게 되었어요.
언어적 폭력은 제게 늘 일상적이었거든요.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친구, 혹은 타인들에게 많이 받곤 했었어요.
그래서 그게 당연한 일... 더 보기
퇴고 전의 시를 받아 보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을 제외하고는 가독성도 좋고 주제도 뚜렷해져서 좋았습니다.
한두마디 드리면 워낙에 그 이상의 것들을 바꿔오셔서 사실 할 말이 없네요ㅠㅠ..
내용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주제가 민감하다보니 말을 아끼게 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언어적 폭력을 당하고 삽니다.
비단 성별의 문제를 넘어서요.
저는 올해 들어서야 그게 잘못된 건줄 알게 되었어요.
언어적 폭력은 제게 늘 일상적이었거든요.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친구, 혹은 타인들에게 많이 받곤 했었어요.
그래서 그게 당연한 일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남에게 그러기도 했었구요.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나 싶긴 했지만, 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아 몰랐었어요.
누군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건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에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얻었던 충격은 이 시가 주는 충격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지"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가요.
동지라는 이름 아래에 구분지어지지 말아야 할 성별과 그 차별적인 발언의 폭력성에 혀를 내두르기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소리를 "빼액" 질렀다는 부분에서 처음에는 일부 조롱성 발언이 생각나 움찔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 자체가 그 발언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한번 더 직시하게 되네요.


평등에 대해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일처럼 대하곤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마틴 뇌묄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내게 직면한 일이 아니고서야 "구경꾼"으로서 한발짝 위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구경꾼에서 벗어나고자 보도블럭을 행진하는 "동지"들이 또 구경꾼이 되었다는 현실은 개탄스럽습니다.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평등함에
불평등 속에서도 더욱 소수자인 사람들은 울거나 중얼거릴 수밖에 없어집니다.
분노에 차 불평하면 "미친년" 취급을 받기 쉽상이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 안에 자리한 불평등의 폭력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여성들이 대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몇몇 여성커뮤니티들과 관련된 이슈들을 보면서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위한 폭력이 없는 세계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말은 왜 좋게 할 때는 안 들릴까요..

덧글을 쉽사리 달지 못하곤 했는데 오늘은 용기내서 덧글을 달아요.
모두에게 따끔한 시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이어 우측 상단에 화살표 누르면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음악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칭찬 들으니 좋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하나씩 올려야겠네요

탐닉보다는 갈구의 느낌이 강한 노래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보컬이랑 기타는 레코딩이고 나머지는 미디 작업 했습니다. 믹싱이야 항상 상업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는데, 제가 실력이 부족합니다.

게시판이나 카테고리 선택은 게시글을 두고 싶은 곳에 선택하시면 됩니다 ㅎㅎ
이 글의 성격상 음악으로 갈 수도, 창작으로 갈 수도 있겠지요.

상업음반(?)과는 꽤 다른 믹싱이 인상적이네요.
보컬은 직접 부르신건가요?
미디로 찍은건지 기타를 직접 튕기며 연주를 하신 건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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